이번에 프리미어리그에 입단하는 이동국 선수가 기념촬영을 하는데 들고 있는 유니폼을 보니 영문이름을 "Dong Gook"으로 표기했더군요. 좀 당황스럽더군요. 영어 의미로는 정말 좋지 않은 단어들만 나열해 놓았거든요. 혹시 이동국 선수의 안티세력이 개입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까지 들었습니다.
한글이름을 영어로 옮기실 때는 혹시 그 단어가 영어로 안 좋은 의미가 아닌지 꼭 한번 보셔야 합니다.
일단 Gook이 제일 문제입니다. 오물, 때, 찌꺼기, 바보, 싼 물건 등의 뜻인데다가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입니다. (우리단어에서는 깜댕이, 쪽발이, 떼놈 등 특정 외국인이나 인종을 비하하는 표현에 해당하는 말) 영어사전에는 a very offensive word for someone from a county in the Far East. 라고 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해 길거리를 지나가는데 누군가가 Gook! 이라고 부른다면 한대 받아쳐도 될만한 수준의 단어입니다. Dong 역시 좋은 뜻이 아닙니다. 사전에는 taboo slang male sex organ 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즉 dong gook은 ‘거시기 큰 황인종’ 이라고 오해될 만한 이름을 축구선수가 자기 유니폼에 부착하고 경기에 출전하겠다는 꼴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동국’ 이라는 회사명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영어표기를 Dongkook 이나 Tongkook 등등으로 표시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여권에 영문이름 쓰실 때 조심하셔야 합니다. 자신의 한국이름을 영어로 옮기고 사전을 한번 찾아보시면서 유사한 발음의 단어가 없는지 한번 검토해 보시길 권합니다. 여권에 쓰인 영문 이름은 일단 한번 정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바꾸기 힘들다는 것도 유의하셔야 합니다. 참고로 영문이름을 쓸 때 우리식의 두자로 이루어진 이름에서 두 자를 떼어서 표기하는 경우에는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홍길동을 Gil Dong Hong으로 표기하면 외국사람들은 100% Dong을 middle name 으로 인식하고, 가끔 Gil D. Hong 으로 마음대로 줄여버리는 일도 생깁니다. 이런 일을 피하기 위해서는 Gildong 이라고 하던지 Gil-Dong 이라고 하이픈을 중간에 넣어버리는 게 안전합니다. 몇 가지 영어식 이름표기로 재미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이름은 아니지만, 서울시에서 독립문을 Dog Rib Moon (개 갈비 달!!)로도 예전에 표기했다가 한번 여론의 융단폭격을 맞았던 일이 있었지요.
우리나라의 대표적 자동차 회사 중 하나인 기아의 영문표기 KIA는 영어권에서는 좋은 의미가 아닙니다. 군에서 작전중 실종을 MIA(Missing In Action)라고 하고, (작전 중) 전사를 KIA(Killed In Action)이라고 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품고 있어야 할 자동차회사의 상표로는 적당하지 않지요. 또 얼마 전에 미국의 유명한 토크쇼인 제이 레노 쇼 보니까 미국 신문에 현지 한국 식당 광고가 나왔는데 아마 만두 전문집이었나 봅니다.
광고에서 만두를 “Man Doo”라고 표시했는데, 이걸 누가 돈 주고 사먹겠냐며 막 웃더군요. 왜냐하면 영어에서 Doo Doo는 우리식으로 하면 '응가' 에 해당하는 단어입니다. 따라서 man doo는 '사람 똥' 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물론 한국사람들이야 알아듣고 오해없이 이해하겠지만, 외국인이 자국어로 어떻게 사용하고 부정적인 의미라면 이를 가능한 한 회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번에 UN사무총장으로 임기를 시작하신 반기문 장관의 경우에도 자신의 성을 Ban으로 표기하시던데, ban은 ‘금지하다’ ‘파문하다’ 심지어 ‘저주하다’ 라는 의미가 있어, 다소 부정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는 표기법입니다.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을 미국의 일부사이트에서 President No. 라고 표기했던 예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2007/02/05 국정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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